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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0개 매장, 배분은 어떻게 자동화했나

700개 매장, 배분은 어떻게 자동화했나
전국 700개 매장을 운영하는 F&F의 재고 배분·보충 로직을 어떻게 자동화했는지 소개합니다. 엑셀과 담당자 감에 의존하던 배분 프로세스를 시스템화해 과재고와 품절을 동시에 줄인 실제 프로젝트 사례입니다.

매장이 10개일 때는 담당자 한 명이 머릿속으로 다 됩니다. 어느 매장이 잘 팔리는지, 어느 매장이 재고가 쌓이는지, 시즌 막바지에 어디서 밀어내기를 해야 하는지. 그런데 매장이 50개, 100개, 그리고 700개가 되면 어떻게 될까요?

담당자의 머릿속은 700개 매장을 감당하지 못합니다. 그 한계가 숫자로 드러나기 시작합니다. A매장은 베스트셀러 SKU가 2주째 품절인데, B매장 창고에는 같은 상품이 30장 쌓여 있습니다. 시즌이 끝나면 전체 재고의 15~20%가 이월 재고로 남고, 그 비용은 고스란히 브랜드 손익에 찍힙니다.

이건 F&F가 루브릭랩스에 처음 문제를 꺼냈을 때의 상황이기도 했습니다.


엑셀 배분의 진짜 문제는 '느린 것'이 아닙니다

많은 분들이 엑셀 배분의 문제를 '시간이 오래 걸린다'고 말합니다. 맞는 말이지만, 그게 전부가 아닙니다. 진짜 문제는 판단의 기준이 사람마다 다르다는 것입니다.

기준이 사람에게 있으면, 사람이 바뀔 때 기준도 사라집니다

배분 담당자가 3년을 일하면서 쌓은 감각—이 매장은 주말 매출 비중이 높으니 금요일 입고가 중요하다, 저 매장은 40대 고객 비중이 높으니 이 SKU는 넉넉하게 넣어야 한다—이 모든 것이 퇴사 한 번에 사라집니다. 인수인계 문서에는 절대 다 담기지 않습니다.

700개 매장이면 이런 '암묵지'가 수십 명에게 분산돼 있습니다. 팀 전체가 같은 기준으로 배분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담당자별로 제각각입니다.

숫자로 보면 얼마나 손해인가

연매출 150억 원 규모 브랜드를 기준으로 계산해보겠습니다. 시즌 말 이월 재고가 전체의 15%라면, 약 22억 원어치 상품이 다음 시즌으로 넘어갑니다. 이 중 절반은 할인 처분, 나머지 절반은 폐기 또는 장기 보관입니다. 할인율 40%를 적용하면 실현 손실만 4~5억 원이 넘습니다. 여기에 창고 보관 비용, 담당자 공수, 할인 행사 운영 비용까지 더하면 실제 비용은 훨씬 큽니다.

이 숫자가 매년 반복되고 있다면, 그건 운영 방식의 문제입니다.

전국 매장 배분 자동화 시스템 개념도


F&F 프로젝트: 700개 매장 배분을 어떻게 시스템으로 옮겼나

F&F는 MLB, Discovery 등 복수의 브랜드를 전국 700개 이상의 매장에서 운영합니다. 배분과 보충은 브랜드별, 시즌별, 매장 유형별로 다 다릅니다. 이걸 하나의 시스템으로 묶는 건 단순한 엑셀 자동화가 아닙니다.

첫 번째 작업: 배분 기준을 명문화하는 것

시스템을 만들기 전에 먼저 해야 할 일이 있었습니다. 지금 배분이 어떤 기준으로 이루어지고 있는지를 문서로 만드는 것입니다. 담당자 인터뷰, 과거 배분 데이터 분석, 매장별 판매 패턴 검토—이 과정에서 드러나는 것들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어떤 매장 유형은 입고 후 첫 3일 매출이 전체의 40%를 차지합니다. 어떤 지역 매장은 주말 트래픽이 평일의 3배입니다. 이런 패턴이 데이터로 확인되면, 그게 곧 배분 로직의 기준이 됩니다. 사람의 감이 아니라 데이터에서 추출된 규칙입니다.

두 번째 작업: 보충 트리거를 자동화하는 것

초기 배분만큼 중요한 게 보충 타이밍입니다. 재고가 바닥나기 전에 자동으로 보충 신호가 올라와야 합니다. 이를 위해 매장별 판매 속도(일 평균 판매량), 리드타임(창고에서 매장까지 며칠), 안전재고 기준을 변수로 설정합니다.

이 세 가지가 맞물리면, 시스템이 스스로 판단합니다. '이 매장의 이 SKU는 현재 판매 속도로 보면 5일 후 품절 예상. 리드타임 2일 감안 시 오늘 보충 요청 필요.' 담당자가 700개 매장을 일일이 들여다보지 않아도 됩니다.

세 번째 작업: 예외 처리를 사람이 할 수 있게 만드는 것

자동화의 함정은 '다 자동화하려는 것'입니다. 현장에는 시스템이 모르는 변수가 있습니다. 팝업 행사, 인근 경쟁사 오픈, 갑작스러운 날씨 변화. 이런 상황에서는 담당자가 개입해 조정할 수 있어야 합니다.

F&F 시스템에서는 자동 배분 결과를 담당자가 검토하고 수정할 수 있는 단계를 두었습니다. 시스템이 초안을 만들고, 사람이 최종 판단을 합니다. 이 구조가 현장 수용성을 높이는 핵심이었습니다. '시스템이 다 해버린다'는 거부감 없이, '시스템이 내 일을 줄여준다'는 경험으로 받아들이게 됩니다.

매장별 재고 보충 트리거 자동화 흐름


자동화 이후 달라지는 것들

담당자의 일이 사라지는 게 아니라 바뀝니다

배분 자동화를 도입하면 담당자 업무가 줄어드는 게 아니냐고 걱정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실제로는 반대입니다. 반복적인 데이터 취합과 수작업 계산에서 벗어나면, 담당자는 더 높은 수준의 판단에 집중할 수 있습니다. 어떤 신규 매장에 어떤 SKU 믹스를 넣어야 하는지, 이번 시즌 어떤 카테고리에 재고를 집중할지—이런 의사결정이 담당자의 진짜 역할입니다.

데이터가 쌓이면 다음 시즌이 더 정확해집니다

자동화 시스템의 또 다른 가치는 학습입니다. 이번 시즌 배분 결과—어느 매장이 예측보다 빨리 팔았고, 어디서 재고가 남았는지—가 데이터로 쌓입니다. 다음 시즌 배분 로직에 이 데이터가 반영되면, 정확도가 점점 높아집니다. 엑셀로 운영할 때는 이 학습이 일어나지 않습니다. 매 시즌 처음부터 다시 시작합니다.

매장 수가 늘어도 운영 복잡도가 선형으로 늘지 않습니다

가장 결정적인 변화입니다. 엑셀 배분에서는 매장이 10개 늘면 업무량도 10만큼 늘어납니다. 자동화 시스템에서는 매장이 늘어도 시스템이 처리하는 양만 늘어날 뿐, 담당자의 업무량은 크게 달라지지 않습니다. 이게 바로 운영 레버리지입니다. 같은 팀 규모로 더 많은 매장을 운영할 수 있게 됩니다.


우리 브랜드도 지금 시작할 수 있을까

700개 매장 이야기를 들으면서 '우리는 아직 30개인데'라고 생각하셨다면, 오히려 지금이 적기입니다. 매장이 30개일 때 시스템을 잡아두면, 100개가 됐을 때 운영이 흔들리지 않습니다. 700개가 된 뒤에 시스템을 바꾸려면, 그때는 이미 잘못된 관행이 조직 전체에 굳어진 뒤입니다.

F&F도 처음부터 700개 매장이었던 게 아닙니다. 어느 시점에 '지금 방식으로는 더 이상 안 된다'는 판단을 했고, 그 판단이 지금의 운영 체계를 만들었습니다.

배분 담당자가 매주 이틀을 엑셀에 쓰고 있다면, 그 시간의 절반은 시스템이 가져갈 수 있습니다. 나머지 절반은 담당자가 더 잘할 수 있는 일에 써야 합니다. → 문의하기